페이스 메이커

듀오 0 4,548 2012.03.29 03:19

제목:  페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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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청바지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가씨로 불리던 시절, 잘록했던 내 허리사이즈는 온데간데없고, 조금씩 늘어난 옆구리 살이 청바지를 비집고 나와 있었다. 운동이라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배워볼까? 시간이 없어서 패스. 수영을 해볼까 생각했더니 물이 싫어 안되겠다. 다행히 산을 좋아해 주말마다 등산을 즐겨 하지만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해 결국 달리기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동네 가까운 동우회에 들어가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하다 보니 벌써 롱비치 마라톤, 헌팅톤 마라톤을 두 번이나 완주했고 지금은 오렌지카운티 마라톤을 연습 중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느낀 것은 혼자서 뛰는 게 누군가와 함께 달리는 것보다 배로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같이 호흡하며 달릴 수 있는 동료를 만나 휠씬 수월하고 재미있게 운동을 하고 있다.

 

잘 하는 사람이 앞서 나가면 그의 등을 보며 힘을 내 쫓아간다. 지칠 땐 손을 잡아 끌어주기도 하고 목 마른 사람에게 물도 챙겨주며 뛰다 보면 어느덧 정점에 도착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을 하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이기에 더 쉽고 즐겁게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 한국 영화 페이스 메이커를 보게 되었다. 영화에서 소개된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 후보자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를 말한다. , 이들은 오로지 남의 1등을 위해 달려야 하는, 메달을 목에 걸 수 없는 국가대표인 것이다.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완주를 위해 출전하여 승리를 돕는 이가 있다는 걸 알게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우승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페이스 메이커와 우승 후보는 그렇게 서로의 희생과 노력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나의 지난 날을 보아도 그렇다. 모든 일을 혼자서 짊어지고 가는 것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의지하며 사는 삶이 좀 더 유쾌하고 편한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서로를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며 살아가는 부부의 삶이 그렇지 아니한가? 내 옆에 페이스 메이커와 같은 남편의 존재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도 건강히 웃으며 살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나는 인형을 사도 하나 보다는 두 개를 사서 나란히 올려놓는다. 둘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장점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나의 집 장식장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인형, 스누피 가족인형, 못난이 인형, 인디언 인형 등이 모두 나란히 제 짝을 이루고 있다. 하물며 내가 근무 하는 직장의 컴퓨터 위에도 개구리 인형 두 개가 앞다리를 쭉 펴고 얼굴을 서로 마주보고 있다.

 

부모의 영향을 많이 자라 온 우리가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왔을 때,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준비된 성인이라면 외롭지 않게 결혼을 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려울 때 서로를 끌어주고 다독여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 한다. 인생이라는 긴 길을 외 발로 걸어가기엔 힘에 벅찰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라는 이름은 불완전했던 외 발들을 서로에게 기대게 한다. 그리고 튼튼한 두 다리가 되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서로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양보와 희생을 아끼지 않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발 맞춰 함께 뛰는 그러한 존재 말이다. 간혹 배우자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사랑을 전하는 게 쑥스러워 표현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지 말고 용기를 좀 더 내보는 건 어떨까? 숨이 차지만 당신을 위해 페이스를 조절하며 열심히 달리고 있는 배우자를 위해서 말이다. 또한 당신도 아내 또는 남편을 위해 존재하는 훌륭한 페이스 메이커가 되길 바란다.

Jennifer Lee (LA Branch Manager)
jenny@duo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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