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불감증이 병을 키운다

자생 0 3,992 2014.08.12 18:27

자생한방병원 산호세 분원장 한의사 김완


허리디스크 환자들에게 언제부터 허리가 아팠냐고 하면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허리가 아파서 움직일 수 없었다" 라거나 혹은 "허리를 삐끗했는데 그 뒤로 계속 아프다"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연 이처럼 허리디스크라는 질병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사고에 의한 허리디스크가 아닌 이상 디스크는 생활 습관과 맞물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어온 병이기 때문에 평소 환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뿐, 전조 증상은 반드시 존재한다.
한국 자생한방병원이 전조증상과 관련하여 척추질환으로 입원중인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가장 먼저 경험한 첫 증상으로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 허리가 아팠다’ 는 응답(61%)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은 첫 증상을 무시하다가 좀 더 심각한 증상이 왔을 때 병원을 찾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원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증상으로 ‘다리에서 발쪽으로 저리거나 당긴다’ (40%)처럼 통증을 넘어 신경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 비로소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단순 통증을 무시하는 이른바 ‘통증 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몸은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 즉 자생력이 있어서 이상이 생기면 통증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통증은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 상황을 경고하는 일종의 방어수단인 것이다. 아무런 조치도 없이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당연히 통증은 더욱 심해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초 증상 이후 치료를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리 통증은 사람이 살면서 대부분 경험한다고 할 만큼 흔한 통증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치료를 미룬 이유에 대해서는 ‘이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해서(50%), 통증이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25%), 처음에는 진통제만 먹어도 나아서(8%)의 순으로 나타나, 결국 통증에 대한 불감증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임이 나타났다.
운동량은 줄어드는 반면 컴퓨터 사용량이 늘어난 현대인들은 만성적으로 허리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허리의 통증을 디스크 탈출증(disc herniation) 등의 전조증상으로 생각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디스크 증상은 허리에 나타나는 경미한 통증부터 감각이상이나 마비와 같은 심한 통증까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본격적인 디스크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통증이 나타났을 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조증상 단계에서는 허리 주변에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침치료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운동으로 증상을 없앨 수 있지만 다리에서 발쪽으로 저리고 당기는 증상은 이미 전조증상을 지난 단계이기 때문에 치료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가벼운 통증이라고 해서 우습게 여기다가는 자칫 큰 병을 자초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일단 척추질환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 방향을 정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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