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시절에 알았던 청년들 몇명을 LA에서 만났다. 단기선교팀으로 왔던 그들은 일주일 동안 머물며 남다른 믿음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코리아타운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명품 가방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그중의 한 여청년이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서 돈을 모으는 중이라 했다. 얼마를 모아야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5천 4백불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그 청년은 울상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치겠어요 목사님, 샤넬이 바겐세일을 하지 않아요.”
듣자하니 그 가방은 작년말 ‘벤츠여검사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어떤 정신나간 여자 검사가 갖고 싶어하던 바로 그 가방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 청년은 그 가방을 갖게 된다면 행복할 거라고 했다. 그 가방이 자신을 돋보이게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걸 갖게 되면 며칠은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다고 했다. 그 비싼 걸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니는 자신을 사람들이 힐끔힐끔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 줄 것을 생각하니 상상만해도 즐겁다고 했다. ‘이게 얼마짜린지 아는 사람들은 알아 본다니까...’ 그 청년의 마음과 생각은 온통 샤넬백 5천 4백불짜리에 가 있었다. 샤넬 가방예찬을 20분 넘게 들은 것 같았다. 선교지에 오는 얼굴과 일상을 살아가는 얼굴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성경 마태복음 25장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설교 말씀이다. 유언과도 같은 말씀이어서 심각하게 들어야 한다. 예수님은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하고,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어야 하고 나그네 된 사람들을 영접해 주어야 하고 병든 자들을 간호하고 갇힌 자들을 찾아가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살지 못하는 자들은 악마와 그 부하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마태복음25:35-41)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크리스찬이 되었다면 그 증거를 삶으로 보여야 한다. 우리의 삶이 이웃을 돌아보고 구제하는 삶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 믿음은 짝퉁이다. 돈만 있으면 10분 안에도 구입 가능한 가방에 마음 팔려 있을 게 아니라 10분 안에 만들어지지 않는 마음, 곧 불쌍하고 가난한 이웃을 바라보는 착한 마음을 갖기 위해 애써야 한다. 아서라. 말아라. 정신차리자. 천국도 바겐세일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