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뽀의 중요성

선한샘교회 0 5,626 2012.12.01 17:49

영국 수상이었던 디즈렐리에게는 유난히 친구가 많았다고 한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디즈렐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별 것 없어요. 그냥 상대방이 이야기 할 때 눈 맞추고 고개 끄덕여주면서 세마디만 하면 되요. 그으~? 그래서? ~~그렇게 됐구나! 그러면서 닭다리를 맛있게 뜯는 거지요.”

  라뽀’(Rapport)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라틴어로 나르다, 항구이런 뜻을 가진 단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 신뢰관계를 말할 때 쓰는 심리학 용어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든지 어떤 일이라도 터놓고 말할 수 있다든지, 말하는 것이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라뽀가 잘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명의(名醫)를 믿지 못하는 환자보다 보통의사를 신뢰하는 환자가 더 빨리 낫는다든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다고 말할 때 이런 말들 근간에는 바로 이 라뽀(신뢰)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라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찰떡같이 말해도 개떡같이 들리게 된다. 라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지적을 당하게 되면 그게 아무리 옳은 말이라고 해도 어디서 지적질이야”, “너나 잘하세요!” 하게 되는 것이다.

  선교사 생활을 마치고 교회개척을 궁리하던 때가 있었다. 교회를 개척하면 적극 후원해 주겠다던 감독님(Bishop,감리교단 최고책임자)의 약속을 굴뚝같이 믿었다. 찾아뵙고 그럼 구체적으로 얼마나 도와주시겠냐고 묻자 감독님은 딴 소리를 하셨다. “허어 참, 이 목사... 도와주긴 도와줘야 할텐데...실상은 말이야...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야...” 미안하다시며 도와줄수 없게 되었다는 거다.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님이 지고가시는 문제가 내 고민보다 무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앉아 있다가는 자동차 개스비마저 탈탈 털어드리고 일어나야 할 것 같아서 돼지국밥 드시러 가자 하고서 내가 계산을 했다.

  말의 무게란 총체적인 삶의 무게다. 사람들은 말보다 말투를 듣는다. 그리고 말투보다 진심을 먼저 듣는다. 그래서 설령 당장의 표현은 거칠고 투박하고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해도 언어 이면에 삶으로 전달되는 심연이 의미있게 들리기에 그런대로 납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라뽀는 마음에도 없는 눈맞춤, 맞장구치기, 고개 끄덕이기 같은 자잘한 스킬이 아니라 상대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의 진심일 것이다. 요즘 성도들로부터 자기들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내가 정이 없는 목사란다. 환장할 노릇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라. 당신들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는 나의 진심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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