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은 있는데 이웃은 없다고?

선한샘교회 0 3,874 2012.10.09 06:57

추석이 지나갔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그 절기다. 서울서 부산까지 가는데 자동차로 7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날은 일년에 딱 두번이다. 추석은 그렇게 고향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성장하면서 구원이었을지 상처였을지 모를 가족들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차가 막혀 짜증나고 며느리들은 죽도록 고생하는 날이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1년 넘도록 아버님, 어머님 얼굴을 한번도 못보게 된다. 부모님 앞에서 넙죽 엎드리며 마음 같아서는 자주 찾아 뵙고 싶은데 그렇게 안되더라는 변명은 아닌게아니라 진심일 것이다. 참치셑트나 갈비선물셑트가 송구한 마음을 만분의 일이라도 대신해주길 바랄 뿐이다. 이곳에서 대학교수로 있다가 안식년을 맞아 들어간 여성 교우로부터 이번 추석에 시월드(시댁을 가리키는 말)에서 죽도록 일만 했다는 카톡을 받았다. ‘시월드라...’ 웃음이 나왔다. 그런 수고 몇 번은 더 해야 그동안의 빚이 청산될 거라 답장해주었다. 용돈 얼마 보내드리는 것으로 간단히 아들노릇 사위노릇을 끝낸 내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이번 추석이 주일이어서 저녁때 교인들이 우르르 어떤 집으로 몰려갔다. 추석때 만두를 먹는 것이었나? 송편이 아니라 만두를 빚고, 부침개를 먹어가면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여러시간 수다를 떨어댔다. 이 사람들이 나와 함께 추석을 함께 보내는 내 부모요 형제들일터다. 한사람씩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리털 나고 교회 처음 나왔다는 사람.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반주한잔 하실래요 라고 묻던 사람. 목사님도 담배를 태우시냐며 이게 새로 나온 국산 담배라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권하던 사람. 집에서 키운 깻잎으로 만든거라며 며칠전에 반찬을 만들어 준 사람. 내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부부 말고 그 다음으로 연락을 받을 사람. 마음 편히 라이드를 부탁할 수 있는 사람. 생각해보니 새삼스레 각성되는 바가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하다가 2012년 추석에 여기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일까...

해병대전우회, X대학동우회, 호남향우회 이 세가지가 강력한 조직이라 말한다. 우스갯소리로 예수님 재림하실때까지 없어지지 않을 조직일거라 한다. 최근에는 이 세가지 조직보다 더 강력한 조직이 생겼는데 그것이 애견동호회란다. 그러니 호남 출신으로 X대학을 나오고 해병대를 제대한 후 애견 동호회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불행하게도 이 네가지 조직 중에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 나에게는 교회를 통해서 사랑을 나누는 교우들이 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제일먼저 달려와 주는 사람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진 사람들. 천리타향에서 나의 부모와 형제가 된 사람들이다. 우리는 가족들에게도 잘해야 하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잘해야 한다. 그들이 형제요 자매다. 추석 때 어떤 분이 하신 말씀이 귀에 남았다.

  우리도 별 수 없어... 개같은 세상에 개만도 못한 사람들하고 어울리다보면 우리네도 똑같이 개같아 지는거야. 교회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되는 거야. 우리네는 그러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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