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고 갈까, 버리고 갈까?

선한샘교회 0 3,914 2012.11.17 19:00

 군목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인상적인 것을 보았다. 그건 부대안의 모든 물품들을 중요도에 따라 휴대, 적재, 방치로 분류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분류는 전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어 부대를 떠나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이며 무엇을 버리고 갈 것인가. 지휘관은 당연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버리는 것도 잘 버려야 한다. 정보가 누출될 소지가 있는 것들은 소각하던지 찢어버리든지 폐기처분을 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지닌다. 이것을 휴대라 한다. 총을 비롯한 개인 화기와 개인군장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휴대해야 하지만 개인이 지고 가기에 벅찬 물품들은 차량에 싣는다. 이것이 적재. 작계지(작전계획지역)에서 소부대 단위로 숙영지를 편성할 때 필요한 야전텐트와 취사도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버리고 가는 물품들이 있다. 이것이 방치. 내무반 화장실의 거울은 방치품목이다. 버리고 간다. 전시를 대비해 평시에 이런 분류를 해두니 버릴 것과 취할 것 사이에서 고민이 있을 리가 없다. 연대전투단훈련(RCT) 같은 중요한 훈련이 시작되면 병사들은 한두시간 이내에 물자분류에 따라 짐을 챙겨 부대를 떠난다. 병사들이 출동한 후 부대를 둘러보자면 이곳이 과연 몇시간 전까지 사람들이 살던 막사인가 싶을 정도로 휑하다.

  집에 돌아와 집안에 있는 물품들을 하나씩 둘러보게 되었다. 만일에 하나님께서 오늘 밤에 네 생명을 취하겠다 하시면 나는 무엇을 휴대, 적재, 방치할 것인가... 휴대하고 갈만한 품목이 별로 많지 않다. 그나마 중요하다 싶어 휴대로 분류했던 품목이 정말 그런가 다시 생각해보니 방치해도 별 상관없겠다 싶어진다. 폼나고 멋있게 살 수 있었던 바울이라는 사람은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복음을 위해 고난을 자처하는 길을 택하였다.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빌립보서3:8) 그는 이전에 있었던 모든 세상적인 자랑거리를 방치로 여기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휴대한 인생을 살았다. 그는 진실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세상 어느 곳이든 데려다 줄 폼나는 스포츠카가 아니라 천국으로 자신을 안내할 모노레일 구원열차라는 사실을 알았던 사람이다. 어느 날, 우리 영혼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호출이 있을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날이 온다해도 결코 허둥대지 않을 것이다. 분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날은 방치와 휴대만 있다. 우리도 바울처럼 예수님의 보혈! 이것 하나만을 휴대하고서 하나님 앞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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