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면 지옥에 가는가?

홍삼열 0 9,408 2012.07.05 14:14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이런 의문이 든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지옥에 갈까? 아니면 사랑 많으신 하나님이 그들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시어 그들에게 천국의 안식을 주실까? 기독교인들 중에 자살하는 사람은 반드시 지옥간다고 하며 대표적으로 이런 근거를 드는 분들이 있다. 첫째로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것인데, 사람이 자기 맘대로 하나님의 허락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서 절대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자살을 지옥 가는 죄로 정죄하는 이유는 자살한 사람은 심각한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이다. 회개하고 싶어도 회개할 시간이 없어서 죄인으로 죽기 때문에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지옥 가야 마땅할까? 그렇지 않다. 만일 자살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을 거부하기 때문에 지옥 가는 것이라면 그런 비난은 자살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자살 말고 하나님의 주권을 거부하는 다른 죄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회개하지 못한 채로 죽기 때문에 지옥 간다는 논리도 잘 생각해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농약을 먹었다고 사람이 그 순간 바로 죽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의 시간이 지날 텐데 그 동안 그 사람이 회개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또한 자살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심한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데, 정신적인 병도 육체적인 병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병 때문에 자살한 사람을 지옥에 갔다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살한 사람을 두고 그가 자살했기 때문에 무조건 지옥에 갔다고 단정 짓지 말고, 그런 판단은 겸손히 하나님께 맡기면서 유족을 위로하고 유족과 함께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간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동시에 유족과 친구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지 않는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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