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종교개혁 운동(2)

16세기에 종교개혁이 일어나게 된 주요 원인이 당시 특별히 부패한 교회의 모습 때 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직매매와 같은 심각한 부패는 그 때만 발견되는 문제가 아니라 중세 내내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번 개혁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개혁가들은 성직매매나 성직자 부도덕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단골메뉴로 외쳤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16세기에 이르러서야 종교개혁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우선 민족주의의 발생과 근대국가의 형성을 들 수 있습니다.

16세기 초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현상을 들라 하면 근대국가의 탄생입니다. 당시 가장 힘이 세었던 스페인의 예를 들면, 스페인은 15세기말 이사벨라 여왕이 아라곤의 페르디난드와 정략결혼을 한 후 그 둘이 힘을 합쳐 그라나다에서 무어족을 몰아내고 스페인 반도를 통일합니다. 그리고 그 후 포르투갈과 나바르까지 정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스페인의 세력이 강화되자 이사벨라는 교황에게서 종교재판권(Inquisition)을 얻어내서 스페인 영토내의 모든 감독들을 관리/감시하는 권리를 얻게 되고, 그러면서 스페인 교회의 실질적인 치리자가 됩니다. 비록 명목상으로는 교황이 스페인 교회의 머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스페인 국왕이 스페인의 모든 종교문제를 관할하게 된 것입니다.

프랑스의 경우도 스페인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아비뇽교황청 시대(1305-1378)에 교황청을 프랑스 영토로 옮겨올 정도로 국왕의 세력이 대단했고 그 후에도 프랑스 왕은 프랑스 교회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516년에 프랜시스 1세는 교황과 볼로냐협정을 맺었는데, 내용은 프랑스 내의 모든 고위 성직자들을 프랑스 왕이 임명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프랑스 국왕의 힘이 막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각 국가가 힘이 세지면서 자국내의 종교/이단 문제에 교황이 직접 개입하는 것을 거부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16세기의 새로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