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에 대하여

홍삼열 0 5,195 2012.10.17 02:15

최근에 한국의 감리교단 총회에서 교회 세습을 금지하는 교회법이 통과되어 교회의 자정능력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를 비춰주었다. 아버지가 담임목사나 장로로 시무하는 교회에 아들이나 사위가 후임이 되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권력의 대물림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문제점들을 바로잡자는 것이 그 법의 취지이다.

물론 이 법이 대상으로 하는 교회는 어느 정도 규모있는 교회들 혹은 대형교회들이다. 그런 교회들에서 후임 목사를 결정할 때 혈연적인 관계가 있다고해서 현 담임목사나 장로의 자녀에게 우선권 혹은 특혜가 주어진다면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되고 교회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개중에 그런 결정에 대해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아버지가 그 교회의 목사나 장로일 경우 새로 부임하는 목사의 뒤를 잘 봐줄 수 있어서 교회에 안정을 가져다 주는 장점이 있지 않은가? 사실 전혀 인척관계가 없는 분이 담임목사로 부임하는 경우 전임자와 목회방향이 너무  달라서 큰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를 경험하지 않는가? 또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교회에서 목회를 하거나 아버지가 장로로 있는 곳에서 목회를 하는 경우 교회를 성장시키는 예들을 종종 보지 않는가? 따라서 아들이 능력이 있다면굳이 교회세습을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러나 이런 주장은 나무는 보지만 산은 보지 못하고 현재는 보지만 미래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당장에는 이런 선택이 교회에 유익이 되는 것같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기독교계를 고려할 때 또 미래의 기독교를 생각할 때 스스로 퇴보를 자초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이는 제도적으로 교회의 현상유지를 지향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바깥 사회에서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무한경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교회에서는 공개경쟁을 거부함으로써 기존 세력에게만 안정적이고 쉬운 길을, 그것도 길어봤자 몇십년 못가는 길을 가자는 것인데, 이는 당장에는 좋아 보여도 결국에는 망하는 길이다. 길게 보자. 그리고 믿음으로 모험을 선택하자.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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