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시인이 악인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하늘을 우러러 도움을 구합니다. 불의와 부패가 판치는 세상을 심판하실 하나님께 공의의 실현을 호소한 것이지요. 근본적으로 악이 득세하는 곳에서 의로운 자가 오히려 더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끝내 선이 악을 이기고 승리할 것이라 믿고 있지만, 인과응보의 결과가 늘 선의 편에 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의와 진리가 저절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부르짖었으니, 이제 앉아서 편안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은 안일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자가 된다는 것은 먼저 자기 스스로가 의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개인의 적극적인 실천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일로만 그쳐서도 곤란합니다. 세상의 정의는 제도적인 변화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구조적인 뒷받침 없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개인의 영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사회적 영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참여도 불가피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뒤에 비로소 시인의 고백처럼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의 손길을 간구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역사도 성화의 삶을 사는 거룩한 이들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