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해서 감사합니다

해초 0 1,465 2020.11.13 14:23
아시시의 성인으로 알려진 프란치스코는 감사의 기도를 통해 자신은 축복받은 사람이라 고백한 바 있습니다. 하나를 구하면 둘을 얻어야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현실적 시선으로 보면, 하나를 잃고도 감사를 드리는 모습이 전혀 축복받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사람이 미련해서 감사하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미련이라는 우리말이 참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한자로는 미련(未練)이라고 해서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덜된” 혹은 “되다가 만” 상태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미련해서 감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아직 덜된 자신을 깨닫는 순간 그 부족한 구석구석을 채우고 계신 하나님의 은혜로운 손길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련해서 세상이 보지 못하는 시선을 오히려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미련한 자에게 주신 축복이 바로 이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기도의 말미에 “구한 것 하나도 주시지 않았지만 내 소원 모두 들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못한 삶이었지만 내 마음 속에 진작 표현하지 못한 기도는 모두 들어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미련해 보이지만 자기의 능력만으로 살 수 없는 우리 인생에 하나님의 손길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이처럼 진정한 믿음의 고백은 우리의 미련한 삶을 채우시기 위해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밀한 손길에 대한 감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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