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데일 패러독스

해초 0 1,529 2020.11.28 04:02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는 말이 있다. 베트남 전쟁의 포로 경험을 통해 당시 미 해군 장군이었던 짐 스톡데일(Jim Stockdale)은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난관의 존재가 아니라, 인생의 불가피한 난관에 대처하는 방식이라고 말이다. 그가 포로 생활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진 포로들일수록 실망과 낙담을 반복하다 죽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치 않으면서, 그와 동시에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대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막연하게 낙관하기보다는 눈 앞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긍정적인 믿음을 잃지 않는 이중적인 면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촉발된 팬데믹은 우리 삶의 많은 영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뉴노멀이라는 말이 귀에 익을 만큼,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삶의 양식이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가 한창이다.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난 수개월간 낯선 상황에서 공포를 체험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염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은 팬데믹이란 전지구적 현상이 불러온 새로운 삶의 환경은 우리에게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이나 불가능한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스톡데일 페러독스가 암시하는 것처럼 현실을 직시하면서 낙관적인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Religion)란 말의 어원이 다시(Re) 들어 올려 연결한다(ligio)는 뜻에서 온 것처럼, 신앙도 미래를 향해 가는 지금 이 순간을 들어올려 연결할 수 있는 희망의 고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8 시편 묵상(35) 해초 2023.04.01 316
127 시편 묵상(34) 해초 2023.04.01 277
126 시편 묵상(33) 해초 2023.04.01 944
125 시편 묵상(32) 해초 2023.04.01 269
124 시편 묵상(31) 해초 2023.04.01 968
123 시편 묵상(30) 해초 2023.02.24 314
122 시편 묵상(29) 해초 2023.02.24 359
121 시편 묵상(28) 해초 2023.02.24 362
120 시편 묵상(27) 해초 2023.02.24 286
119 시편 묵상(26) 해초 2023.02.24 337
118 시편 묵상(25) 해초 2023.02.24 377
117 시편 묵상(24) 해초 2023.01.21 353
116 시편 묵상(23) 해초 2023.01.21 424
115 시편 묵상(22) 해초 2023.01.21 304
114 시편 묵상(21) 해초 2023.01.21 712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