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해초 0 1,452 2020.12.18 12:12
중국 고서인 <벽암록>에 보면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나옵니다. 병아리가 부화 할 때가 되면 알 안에서 껍질을 깨려고 온 힘을 다해 쪼아 댑니다. 세 시간 안에 나오지 못하면 질식해서 죽기 때문에 병아리는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줄(啐)’은 병아리가 안에서 쪼아 댄다는 뜻의 한자어입니다. 이 때 어미 닭은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바깥에서 부리로 알 껍질을 쪼아 줌으로써 새끼의 부화를 돕는다고 하지요.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주는 것이  ‘탁(啄)’입니다. 그러니까 ‘줄탁동시’는 안에서 병아리가 사력을 다해 쪼는 힘과 밖에서 어미가 도와 쪼는 힘이 함께 만들어 내는 생명의 신비를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산할 때 겪는 산고(産苦)의 진통도 산모만 겪는 게 아니라고 하지요. 분만을 위해 엄마가 50%의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아이도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50%의 사력을 다해 몸부림 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껍데기를 벗고 세상에 나오기 위한 생명의 과정은 처음부터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생명은 사랑과 은혜로 주어진 것이지만, 그것에 생명력을 더하는 것은 자기 몫이기도 하다는 거에요. 창조를 일방적인 하나님의 일로만 생각해선 안되는 이유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만물에 생명을 주신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원대한 창조의 계획이 일방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생명의 신비는 하나님께서 일하실 때, 우리도 함께 일함으로써 완전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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