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해초 0 1,368 2021.03.06 04:06
기형도의 시 가운데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글 말미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인간의 질투는 언제나 자기 바깥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욕망의 추구로 촉발되는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시인의 고백대로, 정작 사랑해야 할 대상인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질투하는 분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질투는 사람의 것과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히브리어 “캐나 קַנָּא”는 단순히 질시라는 말 이외에도 경쟁할 대상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 외에는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창조 안에 머무는 피조물일 뿐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는 자기 안에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아주 의미있는 하나의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바깥 세상에 대한 헛된 욕망으로 지어진 내 안의 성전을 허물라는 것입니다. 대신에 자기 안에 온전한 하나님의 집을 세우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을 내 안에, 그리고 내가 그 분 안에 머물면 바깥에 대한 욕망도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형체도 없는 그 무언가를 추구하며 사는 우리에게, 이제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이는 내 안에 모신 질투하는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볼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 때 진정으로 질투가 내 삶의 힘이 되는 축복이 임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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