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종교

해초 0 1,359 2021.05.15 15:57
예수의 구원은 자신을 못 박은 정치권력을 힘으로 눌러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의 패배를 통해 얻은 것이었습니다. 적을 희생시켜 이룬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림으로 완성하신 사랑의 결실입니다. 힘과 성공을 숭배하는 세상에서 고난과 실패를 통해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를 극적으로 성취한  것입니다. 세상의 논리를 완전히 뒤집는 놀라운 역설을 보여준 것이지요. 기독교 신앙을 가리켜 역설의 종교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믿는 진리가 세상의 눈에는 오히려 역설과 모순처럼 보이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여덟가지 복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 해야 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복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입니다. 웃는 것을 복으로 여기는 세상과 달리 예수님은 애통하는 사람에게서 진정한 복을 발견하셨습니다. 술수가 능한 사람만이 살아남아 성공하는 정글같은 세상에서도 마음이 청결한 자를 복 있다 말씀하실 만큼 예수님의 시선은 세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세상의 시선과 달리, 현실과 모순되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복음의 진리가 삶의 걸림돌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은 구원의 십자가를 무능력한 것이라 착각해서 넘어졌습니다. 헬라인들은 십자가의 지혜를 어리석은 것이라 부정하다 넘어졌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혹에 걸려 넘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세상의 방식대로만 십자가의 도를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은 복음의 진리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세상 살이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기에게 손해가 조금이라도 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려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하나라도 악착같이 더 받아내려는 세상에서, 받은 것 없이도 먼저 나누려고 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역설적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지 않는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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